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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 약 다 됐어요
지금 드시겠어요?

 

-취아..
-취아, 네가 여기 웬 일이야?

둘이 아는 사이였소?

그럼요, 예전에
제 시중들던 하녀 취아예요

-여기까지 어떻게 온 거야?
-그게..

변방에 가족을 찾아왔다고 하오

맞아, 거기 가족이 있었지
잘 됐네, 우리랑 같이 가자

나도 방금 그렇게 얘기했소

그러셨어요?
참, 내가 소개를 안 했구나

이 분은 우리 나리,
요나라 명덕태자님이셔

 

나리, 어렸을때부터 둘이
친자매처럼 지냈거든요

오래만이라 반가워서 그러는데
나리가 자리 좀 비켜 주세요

저희끼리 밀린 얘기 좀 하게요

그러시오, 아직 몸이 성치
않으니 너무 힘들게 하지 마오

자상하기도 하셔라

 

취아!

입 닥쳐!
누구더러 취아래?

난 반가의 아가씨야!
예전의 하녀 취아가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냐고?
이게 다 네 덕분이지

도망친 너 대신 내가
혼인해서 태자비가 됐거든

 

-취아,정말 미안해
-미안할 거 없어

네가 도망 안 갔으면 나한테
이런 기회가 오기나 했겠어?

이제 남 눈치도 안 보고 남들이
오히려 내 비위 맞추느라 힘들지

많이 변했구나

맞아, 지금 난 번어언인데
당연히 변해야 하는거 아냐?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별거 없어
앞으로 네가 취아로 살면 돼

내 신분이 밝혀지는 날에는
난 끝장이야

물론 너도 무사하지 못할걸?
온 식구들이 죽임을 당할 테니까

알았어, 지금 내가 없어지면
모든 게 해결 되겠네

 

어딜 가

지금 가면 내가
내쫓은 줄 알 거 아니야?

잔말 말고 취아 행세하면서 지내
때가 되면 알아서 보내 줄 테니

 

나리한테 알렸다가는 양연랑도
무사하지 못할 테니 알아서 해!

 

길이 없으면 돌아가랬어
이번엔 꼭 성공할거야

 

큰일 났어요!

 

큰일 났어요
아버지가 이상해요

무슨 일이야?

아버지가..

-아버지가 이상해요
-뭐가 어떠신대?

 

중독 되신 거 같아요

 

어머니!
진짜예요, 진짜 중독 되셨어요

독 때문인지
손이 퉁퉁 부으셨어요

-경련까지 하세요, 어머니!
-그럼 네가 가면 되잖아

어머니 빨리 가 보세요
저러다 큰일 나세요!

연기를 하려거든 제대로 하든가
또 무슨 장난을 하려고 이래?

정말이에요, 제발 가 보세요
아버지가 중독 되셨다고요

진짜예요, 어머니!

 

어떻게 된 거지?

가렵게 만드는 가루를 조금
뿌렸을 뿐인데 왜 저러실까?

-얼마나 뿌렸는데?
-두 봉지

그렇게 많이?
제정신이야?

너 정말..

-해독약이예요?
-네

-우선 바르던 것 마저 바르세요
-네

-이 약은 한 시간마다 드려요
-알겠습니다

 

어쩌다가..

너 좀 나와 봐!

 

-아버지 괜찮으시겠지?
-이제 겁나나 보지?

이렇게 심각하게 될 줄
생각도 안 해보고 그런 거야?

아버지는 군사의 사령관이셔

지금 공격이라도 당하면
넌 요를 도와 준 꼴이라고!

그러다 전쟁이 커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책임질건데?

 

이럴 줄 몰랐어
그냥 장난 친 것뿐이야

뭐라고, 장난이었다고?
지금이 장난칠 때야?

우리가 너 막내라고 봐주고
양보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언제까지 애들처럼
철없이 굴 건데?

 

형, 미안해

 

막내가 아버지랑 나랑
화해시키려고 그랬을 거야

막내야, 이제 너도 다 컸으니
항상 신중하게 행동해야 해

알겠어요

 

그럼 이제 화 풀리신 거죠?

말 돌리지 마
그게 이 일이랑 무슨 상관이야?

 

이거 아버지가 만드신 거예요
막내보다 훨씬 잘 만드셨어요

맞아요, 어머니

어머니 드리려고 만드셔 놓고
침대에 숨겨 놓으셨더라고요

제가 선수치는 바람에 망쳤죠

 

진짜예요, 못 믿으시면
침대 밑에 가 보세요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잘 만드셨다니까요

남 일에 신경 쓰지 말고
네 일이나 잘 해!

어머니! 저희 성의를
봐서라도 이제 화 푸세요

 

맞아요, 그래도 화가
안 풀리시면 차라리 절 때리세요

 

이따가 들어가시면 우연히
찾은 척하신 다음에..

다음엔 뭐?

그 다음엔 당연히 화해하시고
예전처럼 화기애애해지는 거죠

 

아버지께서 방금 깨셨어요

 

-저 먼저 나갈게요
-저도요

 

형제들이 한마음인 것 같은데
저도 자리 비켜드릴게요

어머니! 아버지 부탁드려요

 

-괜찮으세요?
-많이 나았소

부인이 해독약을 먹인 거요?

다 큰 어른이 자기 건사도
못 하시고, 이불도 제대로..

 

저건..

 

토끼네요

-이렇게 많아요?
-그게..

다 만들어 놓으셨는데

애들이 선수 치는 바람에
못 내놓으신 거 아니에요?

어째 나이가 드실수록
더 숫기가 없으세요?

그때 위로 몇 마디면
이런 일 없었을 거 아니에요

아무 말씀 안 하시니
저도 화나서 그런 거죠

 

왜 웃으세요? 이제 억울한 게
어떤 기분인지 아셨을 테니

여태까지 연랑이 얼마나
속상했을지 이해가 가세요?

 

알아요
나도 충분히 후회하고 있소

장군 입에서 후회라는 말도
나오고 별일이네요

내가 사리분별도 못하는
사람이라는 거요?

그건 아니지만 체면만 생각하고
고집 부리시는 게 문제죠

 

오늘 일이 좀 커지긴 했지만
서로 속 시원히 오해도 풀고

마음에 담아 놓은 것도 풀었으니
오히려 전화위복이잖소

 

웃음이 나오세요?
애들이 밖에서 듣고 놀린다고요

놀리라고 하오

천파부 사람이 다 웃으면 좋지요
당신과 나처럼 말이오

 

-부인, 가려워요
-어디요?

 

여기예요
전부 이곳에 있습니다

 

여기 너무 오래 머물렀어

더 이상 지체하다간 분명히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질 거다

부왕, 이번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맞다
장군들은 어떻게 생각하오?

-지금 출병해야 합니다
-섣불리 공격해선 안 됩니다

최대한 빨리 공격해야 합니다

양 군영은 아무 이상이 없다는데
지금 공격해선 안 됩니다

부왕! 의견이 분분할 때
출병하면 위험합니다

내분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공격의 좋은 시기가 아닙니다

네말이 맞아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요와 송의
화해 협정이 결정 됐으니

태자가 오면 다시 의논하고
그동안 군대를 정비하도록 해

네!

 

아버지!

아버지! 폐하가 요와
화해하기로 결정하셨답니다

우리가 이기고 있는 상황인데

지금 화해하시면 여태까지
우리가 헛수고한 게 되잖아요

폐하도 고충이 있으셨을 거다

아니면 이런 결정을
하셨을 리 없다

몇년동안 전쟁을 하긴 했지만

싸우지 않고 협상으로 해결 되면
오히려 좋은 일 아니냐?

전쟁이 없으면
백성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어

연랑! 네 생각은 어떠냐?

 

아버님과 같은 생각이에요

요가 협정을 잘 지키면 좋겠지만

오히려 시간을 벌었다가 다시
맹공을 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러게 말이다
태평천하가 어디 그리 쉽더냐?

 

몸은 좀 어떻소?

제비집 죽이요
좀 먹어 봐요

 

고맙습니다

 

제 오라버니도 아플때마다 항상
제비집 죽을 만들어 줬어요

오라버니가 낭자를
아주 예뻐했나 보오

네, 지금 변방에 계세요

오라버니 생각이 많이 나나 본데
내가 꼭 찾아 줄 테니 걱정 마요

 

저한테 이렇게 잘 해 주시는데
전 보답할 길이 없네요

무슨 소리요
변경에서 나한테 밥도 샀잖소

변경이요?
이미 잊은 지 오래입니다

나한테는 잊을 수 없는 곳이오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거기서 낭자를 만났기 때문이오

 

이미 혼인하신 분께서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혼인이요?
떠밀려서 한 것뿐이오

낭자는 좋은 사람 같으니
내 솔직히 말하리다

혼인한 날부터 지금까지 부인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소

그게 저와 무슨 상관이에요?

왜 상관이 없소?

낭자를 처음 본 순간부터
좋아하게 됐소

 

낭자가 내 부인이라면
얼마나 좋겠소

그만 하세요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미워,미워

양연랑, 나쁜 놈!

뭐가 그렇게 잘났어? 왜 나한테
눈길 한번 안 주는 거야?

 

좋아!

양연랑, 네기 이렇게 나오면
나도 더이상 봐줄 수 없지

언젠가 꼭 후회하게
만들어 줄 테니 두고 봐!

 

누구냐?

 

양장군이 감히 이런 짓을 해?

그런데 이건 누가 보냈을까?

 

형, 벌써 짐 싸는거야?
서두를 거 없잖아

화해했다는 소문만 있지
아직 폐하 명령은 안 내려왔어

내가 보기엔 정확한 정보 같아
명령 떨어지지마자 돌아갈 거야

얼른 돌아가서
어언 낭자 만나려고?

무슨 얘기 하는거야?

형이 이렇게까지 빠진 걸 보면
어언 낭자가 보통 사람은 아니야

앞으로 우리 형수가 됐으면 좋겠어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내가 괜한 얘길 했나 보다

둘째 형에게 들었는데

형이 여기서 공을
세우고 싶어 했다던데, 그런데..

그런 생각 한 적 없어
솔직히 말해서 난 전쟁이 싫어

정말?

그럼 아버지한테 전술 보고서는
왜 드린 거야?

나에 대한 생각을
바꿔드리려고 했던 것뿐이야

 

다른 형제들처럼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려고한 거지

절대 전쟁이 좋아서가 아니야

여섯째야!

전쟁 때문에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고생을 하는 줄 알아?

아무 잘못 없는 사람들이
고향을 등지고 가족도 잃고

전쟁 때문에 생이별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겠어

어떤 때는 내가 적군을
죽이면서도 슬픈 생각이 들어

형 말이 맞아

하지만 나라가 침략을
당하는데 싸우지 않으면

백성들의 목숨을
어떻게 지켜 주겠어?

아버지 말씀대로 우리 집안은
폐하의 큰 은혜를 입었는데

나라를 지키는 것만이
그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야

그게 사내대장부의
본분이기도 하고

 

너 말하는 게 점점
첫째, 둘째 형 닮아가는구나

내가 과장하는 게 아니라
네 의지와 기개로 봐서는

앞으로 분명히 형들보다
더 큰 공을 세울 거야

전술은 둘째, 넷째 형만 못하고
무예는 셋째 형만 못하고

명성은 첫째,다섯째, 기민함은
막내보다 떨어지는데

이런 데도
과장하는 게 아니라고?

또 내가 살 수 있었던 것도
형이 대신 칼을 맞아 줘서잖아

무슨 소리야!

형이 동생을 지켜 주는 건
당연한 일이지

내가 아니라 다른 형들이었어도
다 널 구했을거야

미안해 할 필요없어

그래, 그얘긴 그만하자

난 가서 막내한테
짐 싸는 법이나 가르쳐 줘야겠어

아마 형 다음으로 제일 집에
가고 싶은 사람이 막내일걸?

 

아버지, 너무 화나요

무슨 일이든 꾹 참고
하라고 몇 번이나 일렀냐?

그래선 큰 그릇이 못 돼

전 원래 큰 그릇이 아니에요
아버지, 밖에 좀 나가 보세요

양 장군을 무슨 영웅
모시듯 한다니까요

이번 협상이 다 그사람들
공인 줄 안다고요

아버지가 그런 희생을
안 하셨으면, 어언을...

 

우리 반가가 노력을 안 했으면
협상 성공할 수 있었겠어요?

천하에서 제일 잘난 것처럼
굴어요, 못 봐 주겠어요

 

그래서 어쩔 테냐?

이 일로 천하가 기뻐하고
양 장군 칭송하느라 정신없고

양장군과 폐하께 축하드리려고
팔현황, 시왕도 한숨에 달려왔다

아버진 아무렇지도 않으세요?

도대체 앞으로 우리는 조정에서
어떻게 되는 거예요?

 

왜 아무 말씀 없으세요?

양 장군이 위풍을 잠재울
방법 좀 생각해 보세요

 

네 일이나 신경 써라
이건 내가 알아서 한다

-소란 피우지 말고, 알았어?
-네

 

어언은 잘 있나 모르겠어요

출가외인이야! 내 앞에서
다시는 이름도 꺼내지도 마

 

이제 내가 주인이고 네가 종인데
감히 어디서 눈을 부릅떠?

 

누가 주인이고
누가 종이든 그런건 관심 없어

도망치던 날부터 더 이상
아가씨처럼 살 생각도 없었어

결심이 대단한데?
옛 생각은 하나도 안 나나 보네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하지만 날 좀 이해해줘

연랑 말고 다른 사람과
절대 혼인할 수 없었어

미안하다면 다야?

 

너 때문에 난 날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결혼했고

혼인한 날부터 지금까지
매일 독수공방이었어

내가 널 이해해 준다 치자
그럼 난 누가 이해해 주지?

 

취아, 정말 미안해

어디서 감히 취아라고 불러?
이제 마님이라고 불러

그래, 알았어

 

아무것도 바라는 거 없어
어떻게든 너한테 보상해 줄게

보상?

내 일생의 행복을 망쳐 놓고
어떻게 보상한다는 거야?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이제 행복하지 않아

집에도 갈 수 없고

 

아버지가 날 다시
받아 주실리도 없고

나도 한 순간에 고아가됐어

맞아, 넌 이제 더 이상
아가씨가 아니야

기생집에 팔려가도
몇 푼 받지도 못할 텐데

차라리 날 따라다니는 게
훨씬 나을 거야

그래도 명색이 왕비인데
너 하나 밥 못 먹여 주겠어?

 

아무것도 필요 없어
연랑만 찾으면 돼

연랑도 마음 변했을지 알아?
그러지 말고 이렇게 해

태자가 마음에 들면 차라리
첩으로 들어오는 게 어때?

그럼 우리도 자매처럼
지낼 수 있고 좋잖아?

 

죽어도 그렇게는 못 해

싫으면 말야

아직도 부잣집 금지옥엽
아가씨라고 착각하고 있나 보군

태자를 꼬드길 생각도 없다면서
왜 안가고 여기 있는거야?

난..

 

알았어, 갈게
그래야 너도 편할 테니까

 

왜 혼자 있소?
취아는?

 

내 말 안 들리오?
취아는?

 

오늘 취아가 절 우롱했어요

나리가 좋아하는 건
바로 자기이지, 제가 아니래요

왕비 자리도 자기한테
넘기라는 거예요

나리, 취아 좀 혼내주세요

 

취아는 그럴 사람이 아니야
부인이 지어낸 거겠지

취아는 믿으면서
왜 제말은 안 믿어요?

빨리 말해요
어디 있소?

몰라요, 떠났어요

몸도 다 안 나았는데
가게 그냥 뒀단 말이오?

가겠다는 걸 어떻게요?
절 욕했다고요

 

-어디 가세요?
-취아 찾으러!

잊으셨나 본데
난 당신 부인이에요

나한텐 눈길 한번 안 주면서
그 여우같은 것한테 홀려서

이 양심도 없는 인간..

-말 가려서 못 하겠소?
-싫다면요?

 

못 해? 그럼 내가 가르쳐 주지

 

보아하니 대갓집 규수인 거
같은데 여긴 왜 왔소?

갈데가 없어요

 

어디서 왔소?

 

변경에서 왔어요

 

변방으로 남편 찾으러 가요

이 전쟁 통에 혼자 그 먼길을
가다니, 어쨌든 조심해요

어떤 고생을 해도
꼭 찾아갈 거예요

 

죽는다 해도 같이 죽을 겁니다

 

돈 가진 것 좀 있어?
너희들은 돈 좀 없어?

 

낭자, 우리 성의라고
생각하고 받아요

무슨 소리예요?
끼니도 제대로 못 챙기시잖아요

우리야 원래 이렇게 살지만
아가씬 다르잖소, 받아요

마음은 고맙지만
절대 받을 수 없어요

그러지 말고 받아요

받을 수 없어요
저보다 더 힘드시잖아요

취아, 여기 있었구려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르오

전 괜찮아요

날이 많이 춥소
얼른 돌아갑시다

아니요
변방까지 혼자 가겠어요

걱정 돼서 안돼요

다들 고생이 많군
저 사람들한테 돈 좀 나눠줘라

 

함께 돌아갑시다
아직 병도 다 안 나았잖소

몸이 괜찮아지면 떠나시오
그땐 잡지 않겠소

 

누구냐?

 

다섯째야!

-다섯째야
-형

지나가는 사람 못 봤어?

못 봤는데, 자고 있었거든

아버지 방에 누가 있길래
쫓아갔는데 갑자기 사라졌어

 

형도 못 잡을 정도면
무공이 보통이 아닌가 보군

그러게, 무공이 좀 이상해
아무래도 요나라 사람 같아

 

겁도 없이 여기까지 들어오다니

그러게 말이야
아버지 방으로 다시 가 봐야겠어

그래, 같이 가자

 

양장군님, 환영합니다

양장군은 역시 위풍당당해
도련님들도 하나같이 멋지다니까

양장군은 송나라를 지키라고
하늘에서 보내주신 선물이라고!

 

-양장군, 수고하셨소
-폐하!

-폐하! 아뢸 것이 있사옵니다
-말해 보시오

황공하옵니다

신이 어제 밀서를 받았습니다

거기 보면 양장군의 아들
양연랑이 변방에 있을 때

요 첩자의 미색에 빠져 내통하고
송을 궁지에 빠뜨릴 뻔했답니다

사령관인 양 장군은 이를
알았음에도 규율을 무시하고

아들만 옹호했다고 하니
절대 용서할 수 없사옵니다

그런 일 없었습니다
음해하려는 겁니까?

 

반승상, 승상의 말을
증명해 줄 증거는 있소?

증거도 없이 감히 폐하 앞에서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영명한 판단을 내려 주십시오

 

양연랑! 얼른 무릎 꿇고
폐하께 사죄드리지 못해?

 

양장군, 어떻게 된 일이요?

폐하! 반승상 말이 맞습니다

제 아들이 요 첩자를
풀어 준 일이 있긴 했사오나

기밀을 누설하는 일은
절대 없었습니다

그 일로 이미 군법에 따라
처벌을 내리긴 했는데 다만..

-다만 뭐요?
-폐하께 아뢰옵니다

소인이 정말 기밀을 누설했다면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좋다, 자세히 말해 보라!

그날 명령을 받고
변방을 순찰 하던 중

병사들이 여자를 희롱하는 걸
보고 저지시켰사옵니다

후에 알게 되었지만 그 여자는

요가 송군영을 정탐하기
위해 보낸 첩자였사옵니다

 

하지만 그 여인의 행색이 너무
불쌍해서 그냥 놔주었습니다

군인이 어떻게 그럴 수 있소?

적을 놔준 건 그렇다 치고
기밀누설은 어찌 된 거냐?

그럼 이건 네가 그린 게 맞느냐?

폐하! 제가 그린건 맞습니다만

지형을 더 정확하게 파악해서
결점을 보완하려고 그렸습니다

맹세코 기밀을 누설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옵니다

그 지도가 왜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는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혹시 소인의 실수로
떨어뜨렸는지도 모르겠사옵니다

-폐하, 황당한 변명이옵니다
-폐하, 모두 진실입니다

폐하, 사령관이 채찍 쉰 대로
벌하시는걸 모두 봤사옵니다

이런 중죄가 그깟
채찍으로 씻어진단 말이오?

-폐하! 아뢰옵니다
-말해 보시오

석연찮은 부분이 있습니다

변경에서 반들어진 게 어떻게
반승상에게 넘어갔을까요?

-밀고자가 보낸 거라 했잖소
-밀고 그 점이 이상합니다

뭔가 꿍꿍이가 있으니 당당히
못 나서는 거 아니겠소?

 

혹시 장군에게 해를 당할까
걱정 돼서 그런걸 수도 있지요

양연랑이 첩자와 내통했다면
당연히 첩자에게 있어야 할 것이

어떻게 밀고자에게
넘어갔다는 겁니까?

폐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사옵니다

그만 다투시오
짐도 잠시 결정을 유보할 테니

시왕, 펄현황이 진상을
밝히도록 하시오

목격자들이 변방에 있을 테니
두 달의 시간을 주겠소

양연랑! 조사 기간 동안
변경을 한 발짝도 떠나지 말라

 

반 승상
조회에서 승상도 봤잖소

짐이 일부러
양장군 편을 든게 아니라

중대한 사안이다 보니 성급히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소

소신도 알고 있사옵니다

아까 짐이 얘기하진 않았지만

이번 협상에서의 승상의 노고도
짐도 잘 알고 있소

폐하와 송을 위한 일은 오히려
저와 제딸의 영광이옵니다

양장군이 돌아오자마자
이런 일이 생겨 마음이 불편하오

 

그러면 이일은..

양장군이 이미 처벌을 내렸다니
그냥 덮어두는 게 어떠하신지요

 

그럴 수 없소

폐하!

변방의 중책을 맡은 양장군의
아들이 내통 협의를 받고 있소

이게 진실이든 아니든
어떤 신호임에는 틀림없소

신호요?
그럼 폐하께서는..

승상이 책임지고 이일의
진상을 밝혀내시오

폐하, 알겠습니다

허나 밖으로 알려선 안 되오
승상밖에 믿을 사람이 없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팔현왕과 시왕이 폐하앞에서
양장군의 편을 들다니

조정에서 양장군의
세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그 둘이야 원래 양장군과
사이가 좋으니 그럴 수밖에요

하지만 이번엔 증거가 확실하니
양연랑도 빠져 나가기 힘들걸요

그러다 폐하께서 행여
양장군의 말을 믿으시면..

-그럴리 없어
=무슨 뜻이에요?

폐하는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셔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훨씬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어요

양 장군이 여자를 희롱했던
병사들을 죽였다고 들었어요

그 병사들은
조문덕의 부하고요

 

어디서 들은 거냐?

 

그건 아실거 없고요
그렇지만 아주 정확한 정보예요

조문덕이란 사람,
소문이 아주 좋지 않던데

우리가 찾아가서 얘기하면
양연랑은 이제 끝장이라고요

 

신중히 처리하도록 해
아무에게도 말해선 안 돼!

 

아버지, 저 때문에
오해받게 해서 죄송해요

됐다!

이미 벌도 받았고
다 지난 일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누군가 일부러
우리를 음해하려는 것 같다

뭔가 있는 게 분명해!

 

도대체 뭘 숨기는 거냐?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이야

저는..

진실은 밝혀지게 돼 있어요

우리만 떳떳하면 되죠
그런 사람들 신경 쓰지 말아요

제 생각엔 반승상이 일부러
트집을 잡는 것 같아요

줄곧 우릴 시기한 걸 봐서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그런데 연랑의 일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군영에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어디선가 들었겠지

그럼 그 지도는 어디서 난거야?

 

나도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많다

폐하가 이미 팔현황과 시왕에게
진상을 밝히라고 지시했으니

우리도 괜한 추측하지 말자

맞아요, 힘들게 돌아오셨는데
그런 일에 마음 쓰지 마세요

장군도 옷 갈아입으시고
푹 쉬세요

 

형, 오랜만이야
정말 보고 싶었어

그래, 나도 많이 보고 싶었어

언제 온거야?

그 얘긴 천천히 얘기하자

 

형 너무 걱정하지 마

자비를 베푼 것뿐인데
일이 이렇게 된 거잖아

선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나쁜 결과가 있을 리 없어

부처님이 우릴 보살펴 주실 거야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형, 인광응보 얘기하는 거야?
우린 불교랑 상관도 없는데..

차라리 소귀에 경 읽으시는게
나으실 걸요?

얼른 와서 이거 드세요

 

좋아

 

다섯째 도련님!

 

초초

 

연랑!

 

어언 낭자는 이미
요나라 태자와 혼인했어

뭐라고?